배터리 기술 소식에서 "셀투팩"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새로운 화학 조성이나 신소재 이야기가 아니라 배터리를 담는 방식을 바꾼 것인데, 최근 몇 년 사이 주행거리가 늘어난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변화입니다.

이 글은 셀투팩이 무엇을 없앴고 그 결과 얼마나 이득을 봤는지 숫자로 정리합니다. 배터리의 기본 구성은 셀·모듈·팩 구조를 먼저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없앤 것은 '모듈'이라는 중간 단계

기존 전기차 배터리는 3단 구조였습니다.

구조단계중간 부품
기존 방식셀 → 모듈 → 팩모듈 케이스, 체결 부품, 배선, 냉각 구조
셀투팩(CTP)셀 → 팩없음 (셀을 팩에 직접 배열)

셀 여러 개를 묶어 모듈로 만들고, 모듈을 다시 팩에 넣는 방식이 오랫동안 표준이었습니다. 모듈은 관리와 교체를 쉽게 해 주지만, 그 자체가 부피와 무게를 차지합니다. 케이스와 체결 부품, 배선이 전부 에너지를 담지 않는 무게입니다.

셀투팩은 이 중간 단계를 없애고 셀을 팩 안에 직접 배열합니다. 모듈이 차지하던 자리에 셀을 더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얼마나 이득인가 — 공간 활용 효율 72%

이 기술의 성과는 공간 활용 효율로 표시합니다. 팩 부피 중 실제로 셀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사례성과
CATL 1세대 CTP (2019)공간 활용 효율 50%대
CATL 기린(Qilin)공간 활용 효율 72%
BYD 블레이드단위 면적당 에너지밀도 약 20% 개선

2차 자료 제조사 발표 기준입니다.

1세대 50%대에서 기린 72%로, 22%포인트가 올라갔습니다. 같은 크기의 배터리 공간에 셀을 그만큼 더 넣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왜 이게 중요한가. 차의 배터리 공간은 바닥 면적으로 정해져 있어 마음대로 늘릴 수 없습니다. 셀 자체의 성능을 올리는 것은 화학의 영역이라 오래 걸립니다. 반면 포장 방식을 바꾸는 것은 같은 셀로 당장 용량을 늘리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셀 성능이 낮은 LFP에서 특히 적극적으로 채택됐습니다.

LFP가 다시 경쟁력을 얻은 이유

셀투팩이 배터리 시장 구도를 바꾼 지점이 여기입니다. LFP는 셀 에너지밀도가 90~160Wh/kg으로 삼원계(150~300Wh/kg)보다 낮습니다. 숫자만 보면 장거리 차량에 쓰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데 셀투팩으로 포장 효율을 끌어올리면 셀 단계의 열세를 팩 단계에서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팩 단위 실제 격차는 5~20% 수준으로 좁혀집니다. BYD 블레이드가 LFP 기반이면서도 실용적인 주행거리를 확보한 배경입니다.

화학 조성별 비교는 LFP와 삼원계 배터리에 정리했습니다.

덤으로 따라오는 이점

무게가 실제 주행에 미치는 영향은 2.5톤 전기차의 무게에서 다뤘습니다.

대가 — 수리와 교체가 어려워진다

공짜는 아닙니다. 모듈이 있으면 문제가 생긴 모듈만 떼어내 교체할 수 있습니다. 셀을 팩에 직접 붙여 놓으면 부분 수리의 여지가 줄어듭니다. 셀 하나에 문제가 생겨도 팩 단위 대응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또 셀이 빽빽하게 배열되므로 열이 한곳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설계 부담이 커집니다. 냉각 구조를 팩 전체에 균일하게 배치하는 것이 관건이 됩니다. 이 부분은 배터리 열관리에서 다룹니다.

중고·보증 관점에서 확인할 것. 배터리 수리 정책은 제조사와 모델에 따라 다릅니다. 부분 교체가 가능한지, 팩 단위 교체만 되는지에 따라 보증 밖 상황의 비용이 크게 달라집니다. 보증 조건은 배터리 보증과 수명을 참고하세요.

마무리

셀투팩은 셀과 팩 사이의 모듈을 없애 공간을 확보하는 기술이고, CATL 기준 공간 활용 효율이 50%대에서 72%로, BYD 블레이드는 단위 면적당 에너지밀도가 약 20% 개선됐습니다.

새 화학 조성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있는 셀로 용량을 늘리는 방법이라, 최근 몇 년간 주행거리 개선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대신 부분 수리가 어려워지는 것이 대가입니다. 다른 개선 흐름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정리했습니다.

이 글에 쓰인 자료

2026년 8월 19일 확인 기준입니다. 공간 활용 효율은 제조사 발표값이며 측정 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아 직접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글 ·

전기차 한 대와 가솔린 세단 한 대를 함께 운용하며, 두 차의 유지비를 같은 기준으로 계산해 적습니다. 자동차 업계 종사자나 정비 자격 보유자가 아닌 개인 운영자이고, 수치는 제조사 공식 제원표·법령·요금 공고에서 직접 확인한 것만 싣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값은 비워 두고 조회처를 안내합니다. 필명으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