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성공담이 아닙니다. 폭식한 날, 포기하고 싶었던 날, 울고 싶었던 날까지 솔직하게 담은 12주 기록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BMI 계산기에 내 키와 체중을 넣어봤다. 175cm, 82.3kg. 결과는 29.3. 과체중. 화면을 보면서 한참 멍했다.
알고 있었다. 바지 허리가 안 잠기는 것도, 계단 오르다 숨이 찬 것도, 사진에서 내 모습이 낯선 것도. 근데 숫자로 딱 보이니까 달랐다. 부정할 수가 없었다.
결심: 한 달에 1.5~2kg씩, 급하지 않게. 마법 같은 방법 없이. 오늘부터 기록을 시작한다.
일주일 동안 딱 두 가지만 바꿨다. 야식 완전히 끊기, 탄산음료 → 물·블랙커피. 복잡한 식단표도, 운동도 아직 없이 이것만.
결과? 79.8kg. -2.5kg. 솔직히 놀랐다. 야식과 탄산음료로 내가 매일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무의식적으로 넣고 있었는지. 콜라 1캔 150kcal, 야식 치킨 반 마리 800kcal. 이걸 매일 먹었으니까.
가장 힘들었던 건 금요일 밤이었다. 회식 끝나고 유튜브 보는데 주변에서 라면 냄새가 났다. 진심으로 끓이고 싶었다. 억지로 물 한 컵 마시고 잠들었다.
💡 이번 주 배운 것: 다이어트의 시작은 '덜 먹기'보다 '안 먹는 시간 늘리기'가 더 쉬울 수 있다.
이번 주부터 식단 기록 앱을 쓰기 시작했다. 첫날 기록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건강하게 먹는다'고 생각했던 하루 식단의 칼로리가 2,400kcal였다. 내 TDEE가 2,100kcal인데, 300kcal 잉여가 매일 쌓이고 있었던 거다.
문제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점심에 먹은 비빔밥은 600kcal인 줄 알았는데, 참기름을 넉넉히 넣었더니 900kcal. 간식으로 먹은 그래놀라 한 줌이 350kcal. 건강식이라고 방심했던 것들이 주범이었다.
77.1kg. 한 달 동안 5.2kg이 빠졌다. 첫 번째 진짜 위기는 지난 주말 친구 결혼식이었다. 뷔페. 계획은 샐러드+단백질 위주였는데, 케이크가 눈 앞에 있으니 의지가 흔들렸다. 결국 케이크 작은 조각 하나, 파스타 조금.
'오늘은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체중은 77.3kg. 0.2kg밖에 안 늘었다. 한 끼 조금 더 먹는 것은 다이어트를 망치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배운 날이었다.
5주차부터 저녁 식사 후 동네 공원 걷기 30분을 추가했다. 6주 동안 5번 나갔다. 100%는 아니지만 전혀 없던 것보다 훨씬 낫다. 걸으면서 유튜브를 봤더니 '운동'이 아니라 '유튜브 보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6주차에 회사 동료에게 처음으로 "살 빠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5kg이 빠졌는데도 스스로는 잘 못 느꼈는데, 타인의 눈에 먼저 보였다. 그 말 하나가 그날 일주일치 동기부여가 됐다.
72.5kg에서 멈췄다. 정확히 72.5kg. 3일이 지나도, 5일이 지나도. 식단을 바꾼 것도 없고, 운동을 줄인 것도 없는데 체중계가 꼼짝을 안 했다.
솔직히 열이 받았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주변에서는 "이제 충분하지 않아?"라는 말들이 돌아왔다. 그 말이 포기 권유처럼 들렸다. 그래서 정체기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72.4, 72.6, 72.5, 72.3, 72.7. 이 숫자들을 매일 아침 기록하면서 점점 지쳐갔다. 8주차 목요일 밤에는 진심으로 '이게 내 한계다. 이쯤에서 멈추자'고 생각했다.
9주차 첫날, 처음부터 일기를 다시 읽었다. 1주차 82.3kg. 지금 72.5kg. 10kg이 빠진 것이다. 그걸 보니 조금 마음이 달라졌다. '그래도 10kg은 뺐잖아.'
그날부터 전략을 바꿨다. 걷기 → 스쿼트·플랭크로 교체. 칼로리를 새 체중 기준으로 재계산. 주 1회 리피드 데이(탄수화물을 평소보다 더 먹는 날) 도입.
😔 솔직한 감정: 이 기간이 12주 중 가장 힘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는 게 두려웠고, 결과가 없으니 의욕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기록을 멈추지 않은 게 유일하게 잘한 일이었습니다.
리피드 데이를 도입하고 5일 후. 71.8kg. 화면을 두 번 확인했다. 맞다, 71kg대. 3주 만에 처음으로 72kg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스쿼트로 운동 종류를 바꾼 것이 효과가 있었다. 첫 주에 스쿼트를 하고 이틀 동안 허벅지가 너무 아파서 계단을 내려오기 힘들었는데, 그 느낌이 뭔가 효과가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이번 주 깨달음: 정체기는 포기의 신호가 아니라 전략 변경의 신호다.
71.2kg. 이번 주 변화는 체중보다 몸에서 느껴졌다. 스쿼트를 3주째 하고 있는데, 처음에 10개도 힘들었던 게 이번 주엔 20개씩 3세트. 허벅지 라인이 달라졌고, 계단을 올라갈 때 숨이 덜 차다.
재미있는 것: 10주차보다 체중은 0.6kg밖에 안 빠졌는데, 바지 허리가 더 헐렁해졌다. 근육이 늘면서 같은 무게라도 부피가 줄어든 것이다. 체중계 숫자와 몸의 변화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다.
68.2kg. 화면을 보면서 잠깐 멍했다. 기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이게 다야?' 같은 기분.
마법 같은 방법은 없었다. 특별한 보조제도 없었다. 극단적인 식단도 없었다. 그냥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움직이고,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 했다. 단순하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결국 됐다.
이 일기를 다시 쓰는 건 2025년 5월이다. 6개월이 지났고 체중은 69.1kg. 요요 없이 유지 중이다. 가장 달라진 건 음식과의 관계다. 예전엔 '다이어트를 하면 이걸 먹으면 안 된다'. 지금은 '이걸 먹으면 내일 조금 더 움직이면 된다'. 그 마인드 변화가 요요를 막은 진짜 이유다.
🌿 마지막 한 마디: 12주 중 완벽하게 지킨 날은 75% 정도였습니다. 나머지 25%는 과식하거나 운동을 빠졌습니다. 그래도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